환상적인 일본으로의 문

빛과 안개가 그려내는 일본의 또 하나의 얼굴

홋카이도에서 규슈, 오키나와까지 남북으로 넓게 퍼져있고, 사계절의 변화로 인한 다채로운 풍경과 풍부한 물로 유명한 일본의 국토. 풍부한 물은 수증기가 되어 신비한 아지랑이와 안개를 만들어 아름다운 경치에 농담미를 더한다. 그리고 부드럽고 희미하게 보이는 풍경은 그곳에 사는 일본인의 미의식, 나아가서는 성격에까지 영향을 주어왔다. 먼저 이러한 농담미를 느끼게 하는 장면에서부터 환상적인 일본으로의 여행을 시작하고 싶다.

비와코 호수의 아침놀(시가현)

일본 최대의 호수, 비와코 호수의 아침놀. 고요함 속에서 푸른 어둠을 남긴 하늘이 떠오르는 아침햇빛에 빛나고 산맥의 실루엣이 그 모습을 드러낸다. 가득 채워진 수면도 아침놀에 비춰 붉게 물든다. 호수 표면에 늘어선 말뚝은 정치망을 사용한 유도함정어법의 장치. 오늘도 사람들의 하루가 시작된다.

금빛으로 물드는 야쿠시지 절(나라현 나라시)

8세기에 일본의 수도였던 나라시에서 한면이 금색으로 둘러싸인 세계유산 야쿠시지 절을 가쓰마타 연못에서 바라본다. 왼쪽에 있는 금당에는 1300년의 긴 세월에 걸쳐 사람들의 기도를 지켜봐 온 국보 불상 3체가 안치되어 있다.

후시미이나리다이샤 신사의 붉은 참배길(교토부 교토시)

곡식의 신을 모시는 이나리 신사는 전국에 약3만채로 일본사람들에게 친숙한 신사이다. 그 신사들의 총본궁이 교토에 있는 후시미이나리다이샤 신사이다. ‘천개의 도리이’라는 별명을 가진 선명한 붉은빛의 도리이가 성역의 통로를 만들어 낸다.

청색과 연보라색의 심포니(야마구치현 야마구치시)

반딧불이 춤추는 맑게 흐르는 물을 따라 전원지대가 펼쳐진 야마구치시의 니호. 5월 초순을 지나면 임야지구에 있는 큰 등나무꽃이 한결같이 절정기를 맞이한다. 작은 폭포가 물보라를 일으키며 흐르는 청색의 깊은 못을 만개한 연보라색의 꽃이 장식한다. 바람에 흔들리는 등나무 꽃송이와 폭포 소리에 빨려 들어갈 것만 같은 기분이 든다.

지상에 나타난 청백의 정토(아오모리현 시모키타군 사이무라)

(c) kawara

혼슈의 북단에 있는 시모키타반도 해안에 백록색을 한 기암괴석이 약2km에 걸쳐 길게 늘어져 있는 해변이 있다. 호도케가우라라는 이름의 해변으로 ‘부처님이 있는 바닷가’라는 어원을 뒷받침 하듯이 부처의 이름을 딴 명소가 이어진다. 파도와 풍설이 새긴 백색의 바위표면을 청색으로 빛나는 바다가 돋보이게 만든다.

해상에 떠있는 회색 군함(나가사키현 나가사키시)

해상을 전진하는 군함과 같이 보이지만, 실은 철근 콘크리트 폐허가 늘어선 무인도이다. 나가사키항구의 남서쪽 약19km에 있는 이 하시마섬은 ‘군함섬’이라는 이름으로 불리고 있다. 이곳은 한때 번성했던 해저 탄광섬으로 2009년 ‘규슈, 야마구치의 근대화산업유산군’으로 세계유산 잠정목록에 게재되면서 다시 각광받기 시작하고 있다.


백색으로 둘러싸인 ‘푸른 연못’(홋카이도 가미카와군 비에이 마을)

동화에서 나올듯한 푸른 연못. 그리고 물가와 연못 안에 서있는 잎갈나무에 쌓이는 눈. 이 환상적인 광경은 2012년 Apple사의 MacBook Pro배경화면으로 사용되면서 단번에 유명해졌다. 이 ‘푸른 연못’이 있는 홋카이도의 비에이 마을은 마치 패치워크처럼 보이는 아름다운 녹색 언덕과 꽃밭으로도 유명하다.

운해에 떠있는 다케다성터(효고현 아사고시)

‘천공의 성’, ‘일본의 마추픽추’ 등의 별명을 가진 효고현 아사고시의 산성유적지. 남북 400m, 동서 100m에 걸쳐 장대한 돌담 유구가 이어져 있어 ‘일본 100대 명성’에도 선정되어 있다.

사가노의 녹색 터널(교토부 교토시)

상쾌한 대나무 향기에 둘러싸여 대나무 사이로 새어나오는 햇볕을 받으면서 녹색 터널 속으로 들어간다. 이곳은 교토부 서부에 위치한 사가노. 유서 깊은 사찰이 여기저기에 있으며, 귀족의 별장지로 애용된, 녹색의 정적이 기다리는 곳이다.

단풍이 아름다운 가을의 요나고 대폭포(나가노현 스자카시)

깊은 산을 지나면 희미한 안개 너머로 노랑, 오렌지, 상아색의 비단빛 세계가 펼쳐진다. 저편에서는 낙차 약 85m의 후도 폭포가 골짜기에 쏟아진다. 이 폭포는 왼쪽에 있는 곤겐 폭포와 함께 요나고 대폭포라고 불리며, 일본의 폭포백선에도 선정되어 있다.

금색으로 빛나는 단풍 연못(아오모리현 히로사키시)

진홍색으로 불타는 단풍과 노란색으로 빛나는 은행 등, 가을이 되면 1,000그루가 넘는 나무가 아름답게 단풍으로 물든 히로사키 공원. 수면은 단풍을 비추고 햇빛을 받아 금색으로 빛난다. 공원 내에는 히로사키성의 천수각이 남아 있으며, 봄에는 약2,600그루의 벚꽃이 핀다.

붉게 비치는 세키야도성(치바현 노다시)

지바현 노다시. 세키야도성 박물관 뒤편으로 지는 일몰로 그 주위가 붉게 비친다. 태평양으로 흘러가는 도네강과 도쿄를 지나 도쿄만에 유입되는 에도강의 분기점였던 이 지역은 수운의 요지로 치열한 쟁탈전이 있어왔다. 박물관은 현재는 사라진 세키야도성의 천수각을 재현한 것이다.

다랭이논의 황혼(오사카부 미나미카와치군 지하야아카사카 마을)

산간지의 급사면을 농업에 이용한 다랭이논은 일본의 본래 풍경 중 하나이다. 모내기가 끝난 후 분홍빛에서 푸른빛으로 바뀌는 황혼의 하늘을 비추어 푸르게 빛나는 논 위에 초록빛 모종이 살랑거리고 있다. 이곳은 오사카의 지하야아카사카 마을. 대도시 근처에도 옛 일본의 풍경은 살아있다.

지도리가후치의 밤에 보는 벚꽃(도쿄도 지요다구)

일본에서는 ‘꽃’이라고 하면 벚꽃을 떠올린다. 황궁을 둘러싼 해자의 제방을 메우듯 심어진 벚꽃이 일제히 꽃피는 지도리가후치는 일본 유수의 벚꽃 명소 중 하나이다. 조명이 비춰진 분홍빛 벚꽃이 땅거미 내린 하늘에 떠오르고 해자의 수면에 비쳐 ‘몽환’적인 공간을 만들어 낸다.

보름달이 비추는 긴잔온천(야마가타현 오바나자와시)

온천지 긴잔온천의 겨울밤. 향수를 느끼게 하는 목조다층건축이 강가에 늘어서 있고, 길가에 쌓인 눈을 보름달이 비춘다. 유명 온천지로 유명한 이 지역은 TV드라마 ‘오싱’의 촬영지 중 하나이기도 하다.

눈이 내리는 밤의 시라카와고 마을(기후현 오노군 시라카와무라)

목조건축양식인 ‘갓쇼즈쿠리’로 만들어진 민가 마을이 세계유산에도 등록된 시라카와고 마을이다. 트레이드마크이기도 한 가파른 삼각지붕은 폭설에 대비하기 위해 태어난 것이다. 모두 잠든 것만 같은 고요한 마을에 눈이 쌓여 간다. 이 고요함을 느낄 수 있는 것은 겨울에 이 지역을 방문한 사람뿐이다.

새벽의 후지산(야마나시현, 시즈오카현)

야마나시현 미나미알프스시에 우뚝 솟는 북악에서 바라보는 영봉 후지의 새벽. 아침 안개가 낀 푸른빛이 도는 알프스의 산들과 후지산의 저편에서 아침해가 떠오르고 있다. 부드러운 오렌지빛의 서광과 함께 오늘도 새로운 하루가 시작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