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라 요시노에서 최고의 꽃놀이 기행

유현의 산벚나무 동산으로

(c)EISUKE YAMAMOTO

나는 만개한 벚꽃 속에 있었다. 거기는 분홍색 빛이 가득한 신비한 세계였다. 햇빛이 반투명한 벚꽃의 꽃잎을 통과하여 반짝반짝 빛나면서 지상에 쏟아진다. 벚나무 가지 사이로 새들이 놀고 있다. 봄바람을 타고 꽃잎이 지고 있다. 꽃보라다.

(c)EISUKE YAMAMOTO

여기는 나라현 중심부에 있는 요시노산. 산악 신앙과 불교와 도교 등이 융합한 일본의 독자적인 산의 종교인 슈겐도가 시작된 땅이다. 세계유산 ‘기이 산지의 영장과 참배길’을 구성하는 영장 중 하나인 이 지역은 명사찰이 곳곳에 있으며, 봄에는 가련한 흰색 산벚나무 3만 그루가 꽃을 피운다. 산기슭부터 시모센본, 나카센본, 가미센본, 오쿠센본 이렇게 4구역으로 나뉘어 산기슭을 시작으로 벚꽃이 피기 시작하여 벚꽃이 만개하는 지역이 약 1개월에 걸쳐 산 정상을 향해 올라 간다.

예년 4월 10일부터 12일에는 벚꽃나무 아래 슈겐도의 총본산 요시노산의 중심인 세계유산 긴푸센지 절의 본존불 자오곤겐에게 꽃을 바치는 하나쿠에시키가 거행된다. 행렬이 늘어선 11일, 나는 ‘요시노의 벚꽃은 아침이 좋다’라는 말을 따라 긴테쓰 전철 요시노선 요시노역에 8시에 도착하였다. 아직 차가운 아침 공기 속을 3분 정도 걸어 로프웨이로 갈아 타고 산 위에 있는 요시노야마역으로 향한다. 역을 나오니 만발한 벚꽃이 맞이해 주었다.

벚꽃놀이객은 아직 많지 않다. 식당과 기념품 가게가 늘어선 참배길을 오르면 머지않아 성지임을 알리는 문 ‘가네노 도리이’가 보이기 시작한다. 이 도리이를 빠져 나가면 드디어 긴푸센지 절의 입구에 다다른다. 나카센본이라고 하는 구역이다. 하나쿠에시키 행렬의 종점이 되는 이 사원은 나중에 차분히 견학하기로 하고, 우선 가미센본에 있는 행렬의 출발지인 지쿠린인 절을 향해 산을 더 오른다.

긴푸센지 절에서 그리 멀지 않은 곳에 있는 이곳은 세계유산에도 등재된 요시미즈 신사이다. 14세기 고다이고 천황이 정치 분쟁의 와중에 교토에서 도망 나와 임시 거처로 사용한 곳으로 비극적인 천황의 모습을 엿볼 수 있다.

여기 요시미즈 신사에서 요시노산을 바라보는 전망은 훌륭하다. 히토메센본(한 눈에 천 그루의 만개한 벚꽃을 볼 수 있다는 뜻)이라고 불리는 최고의 뷰포인트이다.

요시미즈 신사를 뒤로하고 지쿠린인 절로 향한다. 참배길에서 떨어져 도로가 가팔라지고 만발한 벚꽃이 기분을 들뜨게 한다. 지쿠린인 절의 정문에 도착하면 슈겐도의 수행자인 야마부시의 모습을 한 사람들이 모여 있었다. 여기 지쿠린인 절은 요시노에서도 유명한 숙방(숙박 가능한 사원)이다. 벚꽃놀이 시기에는 몇 달 전부터 예약해야 한다고 한다. 다인 센노리큐가 만들었다는 군포엔이라는 멋진 정원도 있어, 아름다운 연못을 거닐며 유명한 수양벚나무의 모습을 즐길 수 있다.

요시노산까지의 교통

긴키의 주요 도시에서 긴테쓰 전철 요시노역까지
오사카에서: 긴테쓰 미나미오사카선 ‘오사카 아베노바시’역에서 ‘요시노’역까지 직통 운행 있음. 특급 이용 시 약 1시간 15분.
교토에서: ‘교토’역에서 긴테쓰 교토선으로 ‘가시하라진구마에’역까지 가서 그곳에서 긴테쓰 요시노선으로 갈아타고 ‘요시노’역으로. 모두 특급 이용 시 약 1시간 40분.
나고야에서: ‘긴테쓰 나고야’역에서 긴테쓰 나고야 특급으로 ‘야마토야기’역까지 가서 그곳에서 긴테쓰 가시하라선을 타고 ‘가시하라진구마에’역으로 향한다. 이 역에서 긴테쓰 요시노선을 타고 ‘요시노’역으로. 약 2시간 40분.

요시노역에서 요시노야마역까지
긴테쓰 요시노선 ‘요시노’역에서 도보로 약 3분 거리의 요시노 케이블카(로프웨이) ‘센본구치’역으로. 케이블을 타고 ‘요시노’역(산 위의 역)까지 약 3분.

요시미즈 신사

주소 : 나라현 요시노군 요시노마치 요시노야마 579
전화 : 0746-32-3024
교통 : 요시노 케이블카 ‘요시노야마’역에서 도보 약 15분

지쿠린인 절

주소 : 나라현 요시노군 요시노마치 오아자요시노야마 2142
전화 : 0746-32-8081
교통 : 요시노 케이블카 ‘요시노야마’역에서 도보 약 20분

만개한 벚꽃 속에 중세 두루마리 그림이 출현

지쿠린인 절에 도착해 얼마 되지 않아 하나쿠에시키의 행렬이 출발했다. 슈겐도의 수행자 야마부시들의 행렬 중에는 산의 요괴인 적귀, 청귀, 흑귀와 무사의 하인, 어린아이, 승려 등이 섞여 있다. 소라고둥 소리가 울리는 가운데 일단은 천천히 지쿠린인 절에서 긴푸센지 절의 본당인 자오당을 향해 산을 내려간다. 그 행렬을 벚꽃의 꽃보라 속에서 바라보고 있으면 마치 한순간 꿈속에 있는 듯하다.

문득 올려다보니 반짝반짝 빛나며 떨어지는 벚꽃의 꽃잎의 저편에서 갑자기 험상궂은 얼굴을 한 노인이 내려오는 듯했다. 엔노교자이다. 그는 6세기경 험한 산악에서 수행하여 초능력을 얻고 자유롭게 하늘을 비행했다고 하는 주술사. 궁극의 신불을 탐구하고 여기 요시노에서 자오곤겐이라는 부처님을 찾아내어 슈겐도를 창건했다. 그는 벚꽃 나무 속에 자오곤겐을 묻었다고 전해진다. 그 이후로, 요시노의 벚꽃은 신의 나무로서 요시노산에 계속 심어졌다. 요시노의 벚꽃은 신을 품고 있는 신목인 것이다.

행렬이 긴푸센지 절 자오당에 도착했다. 나라의 동대사 대불전에 버금가는 크기를 자랑하는 거대한 목조 건축물이다. 당 내에는 낮에도 어둑어둑하다. 촛불 너머로 보이는 것은 전신이 파란 근육에 덮여 분노의 힘으로 가득 찬 거대한 자오곤겐이다. 머지않아 올해도 요시노 벚꽃이 핀 것을 자오곤겐에게 전하는 의식이 시작된다. 사이토고마쿠라는 불의 의식이다.

식이 끝난 후, 참배길을 따라 가게에 들려 본다. 우선 요시노 명물인 ‘감잎 초밥’을 먹는다. 고등어 누름스시를 감잎으로 감싼 것이다. 새콤 달콤하고 아주 맛있다. 이것은 야마부시의 보존식품이었다고 한다. 재미있는 가게도 있었다. 그것은 약방이었다. 가게 앞에 있는 개구리의 오브제가 근사하다. 타라니스케라는 위장약도 있었다. 위장약은 음식물이 부족한 산에서 수행하는 사람들에게 빼놓을 수 없는 약이었다. 슈겐도에는 중국 도교의 약초 문화도 들어 있었던 것이다.

긴푸센지 절

주소 : 나라현 요시노군 요시노마치 요시노야마 2500
전화 : 0746-32-8371
교통 :요시노 케이블카 ‘요시노야마’역에서 도보 약 10분

비불 및 자오곤겐의 관람 가능 기간 (2014년)
3월 29일~6월 8일, 11월 1일~11월 30일
* 긴푸센지 절에서는 남녀 모두 참가 가능한 당일 수행부터 힘든 오미네오쿠가케 수행(6일. 남성만)까지 일반인을 대상으로 한 수행 체험을 실시. 자세한 내용은 아래 URL에서.

만개한 벚꽃을 눈 아래에, 그리고 더 깊은 곳으로

긴푸센지 절이 있는 혼잡한 나카센본 구역을 빠져 나와 벚꽃이 핀 고부랑길을 단숨에 올라가면, 가미센본역에 도착한다. 벚꽃놀이객들은 좋아하는 벚꽃나무 아래에 돗자리를 깔고 파티가 한창이다. 길을 다 올라가면 요시노산을 한눈에 전망할 수 있는 곳이 있다. 하나야쿠라 전망대이다. 여기는 자오당을 중심으로 한 벚꽃의 파노라마가 멋지다.

주변에는 세계유산에 등재된 아름다운 신사인 요시노 미쿠마리 신사도 있다. 육아의 신으로 유명한 오래된 신사로, 꽤 세련된 육아 부적을 팔고 있다. 신전이 둘러싼 중앙 뜰은 마침 수양벚나무가 만개해 있었다.

여기서부터는 산길이 된다. 삼나무숲이 이어져 있고 가장 안쪽에 있는 것이 세계유산에도 등재된 긴푸 신사이다. 로프웨이역에서 10km정도 산을 올라 마침내 오쿠센본까지 왔다. 슈겐도의 본격적인 수행길은 실은 여기 긴푸 신사에서 시작된다. 이 신사를 입구로 하여 오미네산계의 주봉, 산조가타케, 미센, 샤카가타케를 거쳐 구마노에 이르는 길이 ‘오쿠가케’라 불리는 힘든 수행의 주요 루트인 것이다.

울창한 삼나무 숲 속 긴푸 신사에서 산길로 들어서니 갑자기 시야가 열리고 요시노의 깊은 산들이 내려다 보이는 위치로 나왔다. 거기에서 아래로 내려가면 작은 암자가 있다. 진정 벚꽃을 사랑하고 만발한 벚꽃 아래에서 죽고 싶다고 노래한 시인 사이교가 살았다는 사이교암이다. 부근에는 고케사미즈(석간수)라는 식수원이 있다. 명수 백선에도 선정되어 있다. 이곳의 벚꽃은 예년 4월 말에 꽃이 만개하기 때문에 오늘은 아직 피지 않았다.

올라왔던 산길을 되돌아 성지와 세속을 분리하는 문 가네노 도리이를 다시 빠져나와 요시노산을 내려왔다. 슈겐도의 수행자는 이 문을 통해 입산할 때 한 번 세상을 떠나고 구마노로 향한다. 수행길 도중은 어머니의 자궁 안으로 여기며 수행을 이루고 도착한 구마노가 재생의 땅으로 여겨지고 있다. 요시노의 벚꽃은 바로 생사의 경계에 피어있다.

세계유산으로 선정된 이 지역은 일본인에게 일종의 파라다이스이며 무릉도원이다. 산악 종교인 슈겐도는 외래문화인 불교, 도교를 받아들여 일본의 신도와 융합한 미스테릭 하이퍼 컬처를 만들어 냈다. 요시노의 벚꽃 세계는 이승으로 여겨지는 나라와 교토의 문화, 저승이며 원시적인 에너지가 넘치는 구마노 사이에 위치하고 있다. 일본 문화의 진정한 특성은 이승의 세상에 저승의 에너지를 불어넣는 방법을 알고 있는 것일지도 모른다. 요시노의 만개한 벚꽃 아래에서 문득 그런 생각을 한다.

요시노 미쿠마리신사

주소 : 나라현 요시노군 요시노마치 오아자요시노야마 1612
전화 : 0746-32-3012
교통 : 요시노 케이블카 ‘요시노야마’역에서 도보 약 1시간 30분

긴푸 신사

주소 : 나라현 요시노군 요시노마치 오아자요시노야마 1292
전화 : 0746-32-8081
교통 : 요시노 케이블카 ‘요시노야마’역에서 도보 약 2시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