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음식은 인류를 구한다

몸의 깊숙한 곳부터 건강하게 만드는 채식과 대두(大豆)의 힘

‘일본 음식 중심의 식생활이 일본인의 평균 수명을 늘려 왔습니다. 조금 극단적으로 말하자면 일본 음식은 인류를 구하는 건강식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가을의 야채와 버섯

고이즈미 교수가 주목하는 것은 ‘일본 음식의 기본은 채식’이라는 점이다. 생선이나 고기도 사용하지만 ‘전통적인 일본 음식의 주재료는 무나 감자와 같은 뿌리채소와 푸른 채소, 봄철 산나물, 가을철 버섯, 그리고 콩류와 해조류입니다. 게다가 영양가가 가장 높고 맛도 좋은 제철 식재료를 솜씨 좋게 사용한 것에서도 일본 식문화의 지혜를 엿볼 수 있지요.’

채소는 원래 저칼로리로, 식물에 포함된 식이섬유는 장운동을 활성화시키고 몸에 좋은 장내 세균을 증가시켜 준다. ‘일본 음식을 먹었더니 배변상태가 좋아졌다는 사람들도 많습니다. 장이 건강해지면 면역력도 높아집니다. 현대인을 괴롭히는 생활습관병에도 일본 음식은 많은 플러스 효과를 줍니다.’

대두는 일본 음식의 단백질원
일본 음식의 기본, 밥과 미소된장국

고이즈미 교수는 일본 음식의 기본 식재료인 대두의 효능에도 주목했다. ‘대두는 밭에서 나는 고기라고 불릴 정도로 단백질이 풍부한데, 그 함유량은 소고기에 필적합니다. 에도시대(17~19세기)의 기술자들은 빻은 낫토를 넣은 두부와 유부(얇게 자른 두부를 식물성 기름에 튀긴 식품)로 만든 미소된장국을 스태미나원으로 삼았습니다.’ 덧붙이자면 밥과 미소된장국은 지금도 일본 음식의 기본 메뉴이다.

고상한 맛과 감칠맛을 전세계에 알린 다시 문화

일본 음식의 감칠맛을 이끌어내는 다시

‘일본 음식 맛의 비밀은 다시 문화에 있다’고 고이즈미 교수는 말한다. 다시란, 말린 다시마와 표고버섯, 가쓰오부시(가다랑어를 발효시킨 가공식품) 등을 우려낸 엑기스를 가리킨다. 미소된장국과 같은 국요리나 우동 및 소바 국물, 조림 등에 사용되는 일본 음식의 기본 조미료다.

좋은 다시국물은 투명하다

‘다시의 뛰어난 점은 기름기가 있는 가다랑어를 원료로 한 가쓰오부시를 사용해도 국물에 유지 성분이 전혀 뜨지 않는다는 데 있습니다. 이는 가쓰오부시 안의 발효균이 유지 성분을 분해시켜 버리기 때문입니다. 일본 음식의 고상하고 뛰어난 맛은 다시의 감칠맛이 있기에 가능하다고 할 수 있습니다. 인간이 느끼는 맛은 단맛, 매운맛, 짠맛, 신맛, 쓴맛의 오미라고 여겨져 왔는데, 감칠맛이라는 맛을 전 세계에 널리 알린 것도 다시 문화 덕분입니다.’

일본의 다시는 지역에 따라 특징이 있다. 크게 나누면 간사이 지방은 다시마 다시 중심의 순한 맛이며, 간토 지방은 가다랑어 다시가 중심이 되어 진한 편이다. 우동 국물 역시 간토와 간사이의 것은 겉보기는 물론 맛도 다르다.

갓 우려낸 다시를 즐길 수 있는 ‘니혼바시 다시바’

300여 년의 역사를 지닌 가쓰오부시 전문점 ‘닌벤’은 도쿄 니혼바시의 COREDO 무로마치에 제대로 우려낸 다시를 맛볼 수 있는 이트인점 ‘니혼바시 다시바’를 출점했다. 갓 우려낸 다시를 원코인(100엔)으로 맛볼 수 있어, 일본의 다시 문화를 체험해 보고 싶은 이들에게 추천하는 곳이다.

건강에 좋은 일본 음식을 지탱하고 있는 발효 문화

일본의 대표적인 발효식품, 미소

건강식으로 가득한 일본의 식문화를 키워온 또 하나의 주역은 발효다. 전 세계에는 수많은 발효식품이 있지만, 일본이 가진 발효식품의 다채로움은 뛰어나다고 할 수 있다. ‘습도가 높은 일본의 기후는 미생물의 활동에 최적이었습니다. 일본에서는 1300년 이상 전부터 식문화에 발효를 도입해 왔으며, 일본에만 사는 미생물도 있습니다’

일본 음식에서 빼놓을 수 없는 간장과 미소, 미림은 발효를 이용한 조미료. 그중에서도 곡물에 소금과 누룩(가열한 곡물을 발효시킨 것)을 섞어 숙성시킨 일본식 된장, 미소는 단백질과 아미노산이 풍부히 포함된 건강식품으로, 옛날에는 반찬으로 먹곤 했다.

완전히 숙성시켜 맛있는 미소 만들기

미소는 지역에 따라 다양한 종류가 있다. 예를 들어, 나고야 명물인 미소가쓰(미소로 만든 소스를 얹은 돈가스)에 사용되는 핫초미소는 가장 오랜 역사를 지닌 대두를 원료로 하는 마메미소다.제조원 중 하나인 아이치현 도요타시의 마스즈카미소는 누름돌을 얹은 나무통에 18개월간 숙성시키는 전통 제조 방법을 고수하고 있다.

찹쌀, 쌀누룩, 소주가 발효된 모로미(발효되어 부드러운 고형물 상태가 된 것). 미림의 주원료다.
3년 숙성시킨 미림(오른쪽)은 진하고 부드럽다

조림 요리나 장어구이에서 식욕을 돋우는 좋은 냄새가 나는 것은 미림 덕분이다. 혼슈의 거의 정중앙에 위치한 기후현 가와베초에 있는 하쿠센 주조에서는, 쪄낸 찹쌀에 쌀누룩과 전통 소주를 섞어 당화를 촉진시키는 전통 제조 방법을 이어 오고 있다. 미림에 포함된 알코올이 식재료에 맛이 스며들도록 도와 재료의 뭉크러짐을 방지한다. 뿐만 아니라, 미림의 당분이 요리에 단맛을 더하며 윤기를 입혀 더욱 맛있게 보이도록 만들어 준다.

예로부터 내려온 지혜가 살아있는 발효 왕국 일본의 기술

쌀을 정백할 때 나오는 과피인 쌀겨로 만드는 누카즈케

일본 음식의 반찬이나 술안주에서도 발효의 힘은 빠질 수 없다. 일본풍 정식에 곁들여지는 누카즈케는 쌀겨의 발효를 이용한 절임 반찬. 무나 오이, 가지 외에도 최근에는 수박이나 브로콜리, 토마토 등 제철 채소를 절여 그 맛을 즐기기도 한다.

고등어 나레즈시

바다로 둘러싸인 일본에는 해산물을 사용한 발효식품이 매우 많다. 일본 음식 중 인기가 높은 스시도 그 근원은 발효식품이다. 생선을 소금과 쌀밥으로 발효시켜 보존성을 높인 ‘나레즈시’는 냉장고가 없었던 시대의 지혜가 반영되어 있다. 지금도 일본 각지에는 명물 ‘나레즈시’가 있다.

맛있는 건강식인 일본 음식은 사람을 건강하게 해준다. 일본을 방문하여 ‘진짜’ 일본 음식을 즐겨 보자!

도쿄 농업대학 명예교수 고이즈미 다케오 교수. 발효문화추진기구 대표를 역임하는 등 국가와 자치단체 등에서 음식 관련 어드바이저를 다수 겸임. 음식에 관한 저술은 족히 100권이 넘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