설날:모든 것을 가정 내에서

이때는 오쇼가쓰라고 하는 일주일간의 신년 휴일에 해당하는 기간이었다. 나의 고향인 영국을 비롯한 서양 나라와는 대조적으로 일본의 신년은 무엇보다도 먼저, 가족의 행사였다. 식사, 집과 주변을 장식하는 일, 많은 차량, 그리고 밤 12시에 절에서 울려 퍼지는, 그 하나하나에 의미가 있는 108번의 제야의 종 등 일본의 신년은 상징적인 것들로 가득했다.

다나하시가(家)의 시골집은 벌써 하얀 눈으로 살짝 덮여 있었고, 집 안도 틀림없이 추울 것 같았다. 영하의 온도에도 아랑곳하지 않고, 난방 기구도 전무한 가운데 식사와 수면을 취하는 이 강철같은 8명의 가족에게는 놀라지 않을 수 없었다. 에너지를 대량으로 소비하는 집중 난방이 당연한 일이 되어 있는 나라에서 온 나는, 이 추위를 피하는 방법을 2가지 발견했다. 하나는 고타쓰라고 하는, 아래쪽에서 열이 나오는 낮은 테이블. 우리는 여기서 즐거운 식사 시간을 가졌다. 또 한 가지는, 커다란 히말라야 삼나무 욕조. 밤이 되면 이 욕조에서 긴 시간 몸을 담그며 더없이 행복한 시간을 보냈다.
따뜻하게 맞아 주는 그들의 환영에도 감탄했다. 나를 ‘외국인’ 혹은 외부인으로 여기는 듯한 그 어떤 느낌도 받지 못했다.
‘너희 둘, 잘 어울리는데?’
모두가 후루룩후루룩 소리를 내며 소바를 먹는 저녁 식사 자리에서 다케시의 아버지가 큰 목소리로 말씀하셨다. 3명의 딸은 머리를 끄덕이며 아버지의 말에 동의했다. 이렇게 내가 모두의 화젯거리가 되고 있을 때, 다케시는 얼굴을 붉히며 자신의 그릇만을 내려다보고 있었다.

자녀가 집을 떠나 독립을 하게 되면, 일본의 많은 부모들은 설날을 가족의 중요성을 일깨워 주는 귀중한 기회로 여긴다. 다케시와는 사귄지 얼마 안 된 사이였지만, 다케시의 가족들은 장남의 이 소식에 매우 기뻐하였고, 화제는 곧바로 마을 사람들에게 나를 소개하는 것으로 바뀌었다.
‘다케시! 내일 이 아이를 할머니 댁에 데려가거라. 구와노 씨 댁에도 가고. 무라타 씨 댁에는 쉬는 날 데리고 간다고? 그래도 일단 가서 인사만 드리고 와. 목요일에는 할아버지를 뵈러 가야 하니까.’
조금 지나서야 나는 그 할아버지가 이미 이 세상을 떠나셨고, 다케시의 몇 대 위의 선조들과 함께 무덤 속에 편안히 잠들어 계시다는 사실을 알았다. 8월의 오봉 때와 마찬가지로 설날에도 고인에게 제사를 지내는 것이었다.

이 마을의 주된 이벤트는 섣달 그믐날 밤에 그 지방의 신사에서 열리는 모닥불 집회였다. 우아한 가도마쓰(소나무와 대나무로 만든 장식)는 깃발로 가득한 신사의 낡은 문 앞에 놓여 있었다. 나는 아마자케(쌀로 만든 신년에 마시는 따뜻한 술)로 기분이 좋아진 현지의 한 농민이 갑자기 구소련 사람들과 지냈던 이야기를 꺼내 당황스러웠는데, 나중에 알고 보니 내 머리에 감은 스카프 때문에 러시아인으로 착각했었던 것이다. 잠시 후, 다케시와 나는 신사 안에서 거대한 긴 코를 가진 악마의 마스크를 쓴 남자에게서 이마에 붉은 스탬프를 받았다. 그리고 나는 오토시다마라는 세뱃돈을 받았다. 오토시다마란, 귀여운 만화 캐릭터가 그려진 작은 봉투 안에 들어 있는 돈이다. 아무래도 아이들을 위해 남아 있는 풍습이 아닌가 싶다. 타닥타닥 소리를 내고 있는 모닥불 속의 장작들과 마을 사람들의 후한 마음씨 덕에 한껏 마음이 따뜻해진 우리는 작별을 고하고 집으로 돌아와, 저 멀리 언덕 위에서 쏘아 올리는 불꽃놀이를 구경했다.

다음 날 새해 아침, 어머니께서 반들반들 윤기가 흐르는 3단 옻나무 상자를 가지고 백화점에서 돌아오셨다. 신년 음식인 ‘오세치 요리’는 서양의 칠면조 디너 요리와는 비교가 안 된다.:철저히 계산된 각각의 재료들이 새로운 한 해 동안 행운을 가져다준다고 믿고 있다. 옛날의 많은 어머니들은 이 훌륭한 음식들을 만들기 위해 며칠이고 부엌에서 일해야 했지만, 현대에 와서는 주문을 받은 업자가 만드는 경우가 많다. 그중에는 깜짝 놀랄 만한 가격으로 백화점에서 팔리는 것도 있다.

‘말린 청어 알을 먹어 본 적이 있나?’
고무처럼 생긴 도톰한 청어 알 몇 조각이 내 앞에 놓였다. 탁한 광택과 가냘파 보이는 노란색은 그다지 매력적으로 보이지 않는다.
‘You will many children!’아버지는 이렇게 영어로 이 요리에 어떤 중요한 의미가 있는지 설명해 주었다. 나는 말린 청어 알을 멋쩍게 삼킨 후, 금빛 칸막이 사이에 들어 있는 통통한 바닷가재를 정신없이 먹었다.

이 근방에서 가장 비싸다는 기모노(하얀색의 소맷자락이 긴 기모노)를 입고 ‘’kawaii!’ 라고 너도나도 외치는 찬사의 합창 소리를 들은 후, 나는 다케시와 함께 밖으로 나섰다. 신사나 절에서 올리는 새해의 첫 참배, ‘하쓰모데’의 시간이다. 신사의 경내는 엄청난 인파로 가득했다. 그중에는 화려한 머리 모양을 하고 타조 털 목도리를 걸친 기모노 차림의 여자 아이도 많이 보였다. 길가의 노점상들은 야키도리와 떡을 팔고 있고, 하얀색의 신성한 말인 신마(神馬)는 그곳에 모인 많은 사람들의 주목을 받고 있었다.

참배를 올리고 신에게 상기시키기 위해 종을 울린 후, 집에 가져갈 맛있는 과자와 오마모리 부적을 사기 위해 몇 십 개의 노점상을 둘러보았다. 우리는 새로운 커플에게 오래 지속되는 관계를 갖게 해 준다는 복잡한 자수가 놓인 인연의 부적을 우연히 발견했다. 그 부적이 지금은 눈에 띄지 않는 걸 보니, 어디선가 잃어버린 모양이다.
금년에도 또다시 연말이 다가오고 있다. 나는 지금도 이 전통의 도시에 살고 있지만, 지금도 책상 서랍 안에 들어가 있는 그 시절의 세뱃돈 봉투는 올해에 지나간 일들과 내년에 일어날 일들에 감사하며 살아가는 것의 소중함을 일깨워 주고 있다.

루신다 코잉의 프로필

교토 거주의 영국인.
런던 대학 동양 아프리카 연구소에서 일본어와 중국어를 습득하였고, 교토의 문화와 사람들을 깊이 이해하기 위해, 2010년 교토 저널이라는 잡지사에 들어가 편집자가 되었습니다. 최근에는 니시진 직물의 산지에 건축된지 약 100년 정도 되는 교토 특유의 전통 주택 교마치야의 방을 빌려 생활하고 있습니다. 취미는 피아노와 민속 악기인 산신을 연주하는 것, 또는 근처의 독특한 카페나 갤러리를 찾아다니거나, 전 세계의 다양한 종류의 차를 수집하는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