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래의 세계유산 후지산 등정기

후지산은 일단 중턱 ‘고고메(五合目)’에서 부터

홍콩 출신인 나는 후지산이라는 말을 들으면 일본의 상징이라는 느낌이 들었다. 어린 시절부터 다큐멘터리 등에서 보아 왔던 브라운관 저편의 후지산은 왠지 성스러운 곳으로, 언젠가는 꼭 가보고 싶다고 생각했다. 실제로 일본에 와서 신칸센의 차창 너머로 후지산을 처음 바라봤을 때의 감동은 TV 프로그램과는 비교할 수 없었다. 압도적으로 아름다운 풍경에 나는 흠뻑 젖어들었다. 꼭 저 정상까지 가보리라. 그렇게 생각한 나는 후지산에 올랐다.

후지산의 아름다운 경관은 일 년 내내 즐길 수 있지만, 등산은 여름밖에 할 수 없다(등산로는 7월 1일~8월 26일 이외는 폐쇄). 도쿄에서 곧장 후지산의 등산로 입구로 향했다. 해발 3,776미터의 높은 산인 만큼 등산 장비도 물론 완비하였다. 짊어진 배낭은 조금 무겁지만, 동경의 대상이었던 후지산을 이제부터 오른다고 생각하니 가슴이 두근거리고 당장에라도 날아갈 것 같은 기분이었다.

주요 4개의 등산 루트 가운데 초보자가 오르기 쉽다는 후지노미야 루트를 선택. 오후 2시경, 버스로 고고메의 ‘후지노미야 입구’에 도착했다. 산의 중턱이지만 역시 산은 산이었다. 찌는 듯한 더위의 도쿄와는 달리, 한여름임에도 조금 쌀쌀하다. 그 공기를 가슴 한가득 들이마시며, 후지산 등산이라는 일대 이벤트를 기대해 본다.

설렘에 마음이 앞서지만, 고고메에서는 고산병 예방을 위해 조금은 느긋이 시간을 보내며 몸을 적응시켜야 한다. 등산객으로 북적이는 상점이나 주위를 가볍게 둘러보고 산장에서 커피를 즐기는 동안 오후 3시가 지났다. 자, 이제 올라가 볼까!

이제, 후지산 정상으로

©Yamanashi Prefectur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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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신의 페이스를 유지하면서 천천히 정상을 향해 내딛는다. 수분을 충분히 섭취하고 심호흡을 하면서 올라갔다. 나는 그다지 스포츠를 즐기는 사람도 아니고 해발 3,000미터 급의 산을 오르는 일도 처음이었기 때문에, 신중하게 체력을 비축하면서 올라갔다. 올라갈수록 등산길이 좁아지고, 수풀들은 적어지면서 크고 작은 다양한 돌들이 깔린 자갈길이 계속되지만, 하산하는 사람들과 자주 마주치기 때문에 외롭다는 느낌은 들지 않는다. 기쁨에 찬 얼굴로 내려오는 사람들을 보게 되면 나도 모르게 기분이 좋아져 인사 말을 건넨다. 저녁이 되고 날이 저물기 시작했다. 내일 아침에는 분명 저 산의 꼭대기에서 일출을 보고 있겠지. 그렇게 생각하니 피곤함도 조금 가시는 듯했다.

©Yamanashi Prefectur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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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시가 조금 넘어 8고메(8合目)에 도착. 슬슬 체력에 한계를 느끼는 나를, 산장이 따뜻하게 맞아 주었다. 땀으로 젖은 옷을 갈아입고는 멍하니 저녁노을을 바라보며 잠시 휴식을 취했다. 그리고 저녁을 먹고 나니 순식간에 졸음이 몰려와 그대로 잠들고 말았다.

얼마나 지난 것일까? 주위의 웅성거림이 나를 꿈나라에서 깨웠다. 일어나 주위를 얼핏 둘러보니, 사람들이 대부분 출발한 모양이다. 시계를 보니 오전 1시가 넘었다. 슬슬, 나도 출발해 볼까? 후지산 정상을 향해.

‘해돋이’를 참배하다

심야의 후지산은 정말 칠흑 같은 암흑의 세계. 수풀도 적고, 꽤 심한 급경사의 바위가 계속된다. 헤드라이트가 의지할 수 있는 유일한 끈이다. 이대로 암흑의 천지와 하나가 될 것 같다는 생각이 들 즈음, 저 끝에서 빛을 발견했다. 위를 올려다보니, 온 하늘 반짝이는 별들이 나를 지켜 주고 있다. 순식간에 내 마음에는 등불이 켜지고, 나 자신이 우주의 한가운데 있는 것 같은 기분이 들었다. ‘환상적’이라는 표현도 너무나 평범해서 어울리지 않을 만큼 어마어마한 초자연적인 광경에 압도된다. 이러다가 일출을 보면 기절하는 거 아냐? 하는 생각에 멋쩍은 웃음을 지으며 계속 오르기 시작했다.

산정 부근에는 등산객들이 많아 매우 느린 속도로 앞으로 나아갈 수 밖에 없었지만, 일출 전에는 정상에 도착할 수 있었다. 칠흑 같은 하늘이 짙은 남색으로 변하기 시작하였고 등산객들은 점점 흥분하기 시작했다. 시시각각으로 색을 바꿔 가는 하늘. 사람의 그림자가 운해에 비친다. 기적의 순간을 앞둔 시간, 산정의 차가운 바람마저 상쾌하다.

©Yamanashi Prefectur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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짙은 남색에서 밝은 파랑으로 바뀐 하늘에 오렌지색이 물들기 시작한다. 그리고 뭐라고 표현할 수 없는 긴장감이 감돈다. 정말 이곳은 우주인 것이다. 압도적인 대공과 대지, 그리고 아득한 저편에 보이는 바다. 태양이 발밑으로 펼쳐진 구름보다 훨씬 더 아래에서 천천히 모습을 드러내며, 오렌지빛으로 세상 곳곳을 구석구석 물들인다. 아침 햇살에 비친 구름과 저 멀리까지 보이는 푸른 산들이 멋진 하모니를 이룬다. 이것이 일본인이 ‘해돋이’라고 부르는 풍경인가. 아니면 우주 공간 속에서 빛으로 충만해지는 이 신비한 체험이 일본인의 ‘삶’이라고 하는 감각인 것인가. 일본인의 자연에 대한 생각 그리고 일본의 전통은 모두 이곳에서 본 것들과 연결되어 있다. 그렇다. 갑자기 일본의 모든 것을 알게 된 듯한 기분이 든다. 흥분하는 사람들 속에 몸을 둔 채, 운해 속에서 살짝 얼굴을 내미는 산들을 보며 나는 무아의 세계로 빠져든다. 이것을 보기 위해 올라왔구나. 그런 생각이 든다.

후지산의 정상에는 내가 몰랐던 일본의 경치가 있었다. 나는 일본에서 11년이나 살았지만, 후지산에 올라와 새로운 일본을 발견했다. 아니, 이것은 새로운 일본이 아니라 내가 존재하기 전부터 계속 이어져 내려왔던 태고의 일본이다. 후지산에 올라가서 본 태고의 일본과 현대의 일본은 연결되어 있다. 그래서 지금 이렇게 도쿄에서 생활하고 있는 나는 언제까지고 후지산 정상에서 본 풍경을 잊을 수가 없다.

후지산의 놀라움

©Yamanashi Prefecture

후지산의 정상에는 다양한 ‘놀라움’도 있다. 산정에는 산장이 있어, 따뜻한 라면이나 된장국 등이 얼어붙은 몸을 따뜻하게 녹여 준다. 산정에 자동판매기가 있는 것도 놀라운 일이다. 후지노미야 루트의 산정 부근에 있는 ‘후지산정 우체국’(영업시간: 오전 6:00~오후 2:00. 여름철에만 영업)에서 기념으로 ‘후지산정’ 스탬프가 찍힌 엽서를 보내는 것도 풍류를 즐기는 방법이다. 또한 센겐다이샤오쿠미야(浅間大社奥宮)도 산정에 있으니, 그곳에서 무사히 등정할 수 있었음에 감사하자(이곳에서 결혼식을 올리는 커플도 있다고 한다!).

©Yamanashi Prefecture

하산할 때 구름을 향해 내려오는 체험도 다른 곳에서는 맛볼 수 없는 감동이다. 후지산 주변에는 온천도 많이 있으므로 하산 후에는 느긋하게 욕조에 몸을 담그고 다리에 쌓인 피로를 풀어 주자.

©Yamanashi Prefecture

후지산정까지 오르고 나면, 꼭 ‘후지산 등산 증명서’를 취득하자. 산정을 증명할 수 있는 사진이 있으면 야마나시 관광 추진 기구 사이트에서 신청할 수 있다(발행 요금: 1,050엔/1통). 또한, 등산에 자신이 없는 경우에는 외국인도 이용할 수 있는 트레킹 가이드 ‘FYG(FUJI-YAMA Guides)’를 이용하면 좋다.

유엔 교육 과학 문화 기구(유네스코) 자문기구가 후지산에 대해 세계문화유산 등재를 권고했다. 2013년 6월에 정식으로 등재될 전망이다. 이 글을 읽는 독자도 한 번쯤은 꼭 일본을 상징하는 후지산에 올라가 보기를 추천한다! 일본의 다른 세계유산에 대해서는 일본정부관광국(JNTO)의 관련 페이지를 참고해 주십시오.

저자 구양우량(歐陽宇亮, Au Yeung Yu Leung)의 프로필

홍콩 출신. 광동어와 북경어, 영어, 일본어 등의 다국어에 능통. 홍콩 중문 대학과 도쿄 대학 대학원을 졸업. 홍콩에서는 주요 일본 정보지의 편집장으로 재임. 저서로《이제 와서 물어볼 수 없는 중국의 불가사의 66》, 《게임에서 자주 보는 일본어》 등. 현재는 중일의 상호 이해와 일본 문화의 해외 확장을 촉진하기 위해 일본에서 활약 중.