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禅)을 가르치는 독일인

독일인 선승이 말하는 일본의 매력

효고현의 북부 산악 지대, 울창한 신록으로 둘러싸인 안타이지 절로 통하는 산길로 들어선다. 하루에 몇 대밖에 다니지 않는 버스 정류소에서 산으로 들어서는 좁은 길을 따라 끝까지 올라가니 그제야 간신히 절이 그 모습을 드러냈다. 사람의 손길이 닿지 않은 자연 속에 본전, 수행승들의 거처, 자급자족을 위해 개간한 논밭이 자리잡은 실로 아름다운 곳이다.

경내를 산책하고 있는 등 뒤에서 “안녕하세요”라는 목소리가 들려왔다. 고개를 돌리자 네르케 무호 선사의 환한 미소가 맞이해 준다. 건물 안으로 따라 들어가 인사를 마치고 이야기를 시작하려던 순간, 대면한 네르케 선사의 몸이 놀랍게도 불쑥 커지는 것이 아닌가! 그는 등을 쭉 펴고 좌선의 자세를 취한 것이었다. 그렇지 않아도 키가 큰 선사가 등을 펴니 체구가 훌쩍 커 보일 수 밖에. 우수에 젖은 듯하면서도 따스함이 느껴지는 회색빛 눈동자. 혹여 나는 부처를 만난 것인지도 모르겠다.

망설임 없이 “일본의 매력은 ‘화(和)’에 있습니다”라고 말한 네르케 선사는 계속해서 말을 이었다. “일본인은 자주 ‘오늘은 참 덥지?’ ‘오늘은 추운 걸!’이라고 말을 건네면서 서로의 기분을 교류하려고 합니다. 마치 인간 관계 중에서 깊은 우물을 파서 함께 공유할 수 있는 수맥을 찾으려는 모습 같습니다. ‘화’는 이 ‘수맥의 공유’ 그 자체이지요. 일본의 애니메이션이나 만화는 세계적으로 인기가 높은데, 말뿐만이 아니라 그림으로 메시지를 표현하는 것은 대단히 중요합니다. 선에서도 단순히 말만으로는 전달할 수 없는 메시지를 정원 조성이나 그림으로 표현하니까요. 저는 독일인이지만 유럽과 미국 스타일의 커뮤니케이션은 ‘나’와 ‘당신’이 각자 다른 산의 정상에 서서 멀리 떨어진 채 서로를 향해 외치는 모습에 비유할 수 있습니다. 자기 주장이 있어야만 인정받을 수 있는 것이지요. 저는 일본이 참 좋습니다. 일본의 풍요로운 자연이나 맛있는 쌀보다도 일본 사람들, 그리고 일본적인 인간 관계를 무척 좋아합니다.”

선의 실천을 통해 변하는 것

현재 안타이지 절에서는 16명이 수행하고 있는데, 그 중 10명이 외국인이고 6명이 일본인이라고 한다. 안타이지 절은 자급자족하는 절로, 좌선에 더해 쌀과 야채를 생산하는 농사, 취사, 세탁, 청소와 같은 노동도 중요한 수행의 하나이다. 조동종의 개조인 도겐도 그러한 노동을 수행으로서 중요시했다. 리더로서 제자를 지도하는 일이 힘들지는 않은지 묻자 네르케 선사는 독특한 예에 빗대어 이렇게 말했다.

“제자들 중에는 오이 타입, 토마토 타입, 호박 타입이 있습니다. 오이 타입은 길을 벗어나지 않고 알아서 쑥쑥 자랍니다. 토마토 타입은 버팀목이 없으면 자라지 않습니다. 호박 타입은 그냥 멋대로 크지요(웃음). ‘돌 위에서도 3년’이라는 일본의 속담이 있는데, 이 말은 무슨 일이든 3년은 계속해야 성공할 수 있다는 뜻이지요. 3년 동안 좌선하면 대개 후배를 돌볼 수 있게 됩니다. 3년간 수행할 각오가 있는 사람이라면 국적을 불문하고 누구든 대환영입니다.”

선의 수행에 몰두하면 대체 무엇이 변하는 걸까. 네르케 선사의 말에 따르면 ‘좌선은 이도 저도 아닌 생활 방식을 바꿔 준다’고 한다. “일단은 아무 의미가 없어 보이는 좌선을 그냥 계속해서 하는 것입니다. 일상생활을 바퀴라고 생각해 보죠. 가정 생활, 사회 생활, 일, 친구 관계 등 인생의 모든 장면을 이 바퀴가 지탱하고 있다고 했을 때, 이 바퀴를 잘 회전시키기 위해 가장 중요한 것이 뭔가 하면, 실은 움직이지 않는 ‘축’입니다. ‘이리저리 움직이는 것’만을 생각했을 때 축은 아무런 도움을 주지 못하는 것처럼 보일 수 있지만, 굳건히 버티고 있는 차축이 있기에 바퀴는 경쾌하게 돌아갑니다. 제 생활의 축은 좌선으로, 연간 1800시간을 벽을 마주본 채 앉아 있습니다. 어처구니 없는 시간 낭비라는 생각조차 들지도 모르겠네요. 하지만 좌선을 하면 그 시간은 물론 좌선을 하지 않는 다른 시간까지 아름답게 빛납니다. 그것이 좌선의 오묘함이지요.”

세계에 살아 있는 “선의 정신”

“선의 정신은 현재도 세계에서 살아 숨 쉬고 있군요!”라고 네르케 선사에게 이야기를 꺼내자 그는 바로 “맞습니다. Stay hungry. Stay foolish!”라고 대답했다. “현재의 성과에 만족하지 말고, 늘 모자란 부분이 있다고 생각하라. 이 말은 애플 사의 CEO였던 고 스티브 잡스의 좌우명이었다고 합니다. 말기 암 선고를 받은 그는 스탠퍼드 대학교에서 한 연설에서 졸업생들에게 이 말을 던졌습니다. ‘난 죽는다’라는 현실이야말로 ‘혹시 뭔가를 손해 볼지도 몰라’라는 환상에서 눈을 뜨게 해 주지요. 우리 모두는 처음부터 아무것도 지니고 있지 않았다는 사실을 깨닫게 됩니다. 자신의 마음에 충실하게 살지 않을 이유는 그 어디에도 없습니다.”

그와 관련하여 네르케 선사는 선의 경전에 있는 ‘한눈 팔지 말고 우직하게 전진하라. 시간을 낭비하지 말라’라는 말을 떠올렸다고 한다. “스티브 잡스의 영혼과 선의 정신이 매우 닮아 있는 것은 결코 우연이 아닙니다. 잡스는 미국에서 포교 활동을 하던 오토가와 고분 노사라는 일본 선승에게 가르침을 받았습니다. 이 일이 지금 일본에서도 주목을 받고 있는데, 유럽과 미국의 제일인자들이 선에 심취하고 있는 건 결코 드문 일이 아닙니다. 선의 정신이 오늘날 전 세계에서 살아 숨 쉬고 있다고 해도 지나치지 않아요.”

안타이지 절에서는 지금도 불교가 살아 있었다. 일본의 선은 일본의 매력이자 전통 문화이지만, 독일에서 온 네르케 선사는 안타이지 절에서 새로운 일본의 불교와 전 세계에서 모여든 제자들을 지도하고 있는 것이다. 나는 큰 감동을 느끼며 산을 내려왔다.

얀스 올라프 크리스티안 네르케(Jens Olaf Christian Nölke) / 네르케 무호

1968년 3월 1일 독일에서 출생한 조동종 승려. 2002년 조동종 안타이지 절의 주지에 취임.

안타이지 절

주소: 효고현 미카타군 신온센초 구토야마 62
전화: 0796-85-0023
E-mail: antaiji@gmail.com

좌선을 체험할 수 있는 절

<교토 방면>
호센지 절
1박에서 장기 체류에 이르는 수행 체험을 실시.
주소: 교토부 가메오카시 시노초야마모토 나카조 52
‘수행 체험’ 신청 방법: 건명을 ‘수행 체험 신청’으로 하여 [1. 수행 체험 희망일 2. 성명 3. 나이 4. 성별 5. 주소 6. 전화번호 7. 동기]를 기재한 뒤 kokugonayk3gm8@icloud.com으로 메일을 송부.

<도쿄 방면>
후다라쿠산초코쿠지 절
매주 월요일 오후 7시부터 오후 9시까지 일반인을 대상으로 한 월요 참선회를 실시.
주소: 도쿄도 미나토구 니시아자부 2-21-34
신청 방법: 전화(03-3400-5232)로 문의.

선 문화를 체험할 수 있는 대표적인 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