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지 시코쿠를 체감

일본 고래(古来)의 마음, 문화를 만나는 여행

시코쿠 오헨로는 외국인에게도 열려 있다.
1번 사찰 료젠지

시코쿠에는 두 개의 바다와 깊은 산이 있다. 평온한 내해인 세토나이카이와 세계로 펼쳐진 태평양이 만들어 낸 것은 온화한 기후. 반면, 깊은 산은 풍요로운 자연과 아름다운 경관을 만들어 냈다. 그러한 풍토 속에서 소중히 길러온 것은 일본 고래로부터 이어져 내려온 ‘배려’의 마음과 사람에 대한 따뜻함이다.

시코쿠 오헨로의 순례자들은 친근감 있는 표현으로 ‘오헨로상’이라고 불리며, 소중히 여겨지고 있다. 시코쿠 오헨로에 참가한 한 외국인은 뒤에서 쫓아온 모르는 사람에게 ‘드세요!’라는 말과 함께 먹을 것과 마실 것을 건네받아, 놀람과 동시에 감동했다고 한다. 이것은 그다지 특별한 일이 아니다. 무사히 여행을 마칠 수 있도록, 자신이 할 수 있는 도움을 주거나 보살펴 주는 것이 시코쿠 오헨로의 문화인 것이다.

1번 사찰 료젠지

주소:도쿠시마현 나루토시 오아사초반도 아자쓰카하나 126
전화:088-689-1111
교통편:JR고토쿠선 ‘반도역’에서 약 1km

88개의 영지는 홍법대사 구카이가 연 수행의 길

시코쿠 오헨로를 연 홍법대사 구카이

시코쿠 오헨로의 순례길을 연 것은 9세기에 활약한 승려 홍법대사 구카이이다. 구카이는 당나라 시대에 중국 장안으로 건너가, 당시의 선진적인 불교인 진원밀교의 오의를 터득하고 일본으로 들여왔다. 현재 세계유산으로 등록되어 있는 와카야마의 고야산은 구카이가 연 수행의 장소이며, 일본에서 제일 높은 오중탑을 가진 교토의 도지는 구카이에게 맡겨진 사원이다.

불교의 우주 지도 만다라

현재의 가가와현에서 태어난 구카이는 젊은 시절 시코쿠의 산골짜기에서 수행을 했다. 그의 수행길은 어느덧 88개의 영지에 달하게 되었다. 깊은 신앙을 얻으려는 수행 승려를 위해, 불교의 깨달음의 경지나 세계관 등을 상징적으로 표현한 ‘만다라’의 세계를 걸어서 체득할 수 있도록 구카이가 그 초석을 세웠다고 전해지고 있다.

1000년 넘게 전해져 내려온 시코쿠 오헨로의 전설

에몬 사부로의 연고지 51번 사찰 이시테지
51번 사찰 이시테지

‘대사님’이라고 불리며 많은 일본인의 존경을 받은 구카이는 수많은 전설에 등장한다. 그중에서도 유명한 것은 시코쿠 오헨로의 원형이 된 에몬 사부로의 이야기다. 어느 날, 에몬 사부로라고 하는 탐욕스러운 부호의 집에 한 승려가 찾아가 시주를 청했다. 하지만 에몬 사부로는 거지 승려라고 비난하며 냉담하게 돌려보냈고, 그 후 에몬 사부로의 집에서는 자녀들이 차례로 죽는 불행한 일들이 계속되었다. 뒤늦게 에몬 사부로는 그 때 승려에게 했던 행동의 결과라는 사실을 깨닫고, 돌려보냈던 승려에게 사죄하고자 순례 여행을 떠난다. 에몬 사부로는 시코쿠를 20바퀴나 돌았는데도 그와 만나지 못하고, 결국 12번 사찰 쇼잔지에서 쓰러져 버리고 만다. 의식이 멀어지는 가운데, 그 때의 승려 구카이가 나타나 에몬 사부로의 죄를 용서해 주고, ‘다음에는 인정이 많은 사람으로 다시 태어나고 싶다’는 그의 소원을 들어주었다고 한다.

51번 사찰 이시테지

주소:에히메현 마쓰야마시 이시테 2-9-21
전화:089-977-0870
교통편:이요철도 조난선 ‘도고온센역’에서 1.3km

순례 여행은 대사님과 함께 이인동행

88번 사찰 오쿠보지
1번 사찰 료젠지에는 순례 용품이 준비되어 있다.

일반에게도 시코쿠 오헨로가 널리 알려진 것은 17세기 무렵. 그 시대로부터 400년이 지난 지금도 많은 남녀노소가 순례길을 걷고 있다. 그 목적도 여러 가지. 소원을 간직한 사람이 있는가 하면 죽은 사람의 공양이나 정신 단련, 취미로 걷는 사람도 있다. 국적이나 종교가 다른 사람도 있다. 다만 한 가지 공통된 것은 그 손에 ‘동행이인’이라고 쓰여진 지팡이 곤고즈에가 들려 있다는 점이다. 동행이인이란 대사님과 함께 2명이서 동반한다는 의미이다.

88번 사찰 오쿠보지

주소:가가와현 사누키시 다와 가네와리 96
전화 번호:0879-56-2278
교통편:고토덴 나가오선 ‘나가오역’에서 15.2km, 사누키시 커뮤니티 버스 ‘오쿠보지’ 하차 0.2km

88개소 사찰의 순례 방법

시코쿠 오헨로는 시코쿠의 4개 현(도쿠시마, 고치, 에히메, 가가와)에 걸쳐 있는 약 1200km의 여행길이다. 88개소의 사찰을 한번에 돌면 도보로 45일, 자전거로는 12일, 자동차라도 10일의 여정이 된다.

88개소 사찰

시코쿠 오헨로, 순례의 옷차림

순례의 옷차림은 자유이지만, 스게가사, 하쿠에, 곤고즈에를 착용한 사람이 많다. 이러한 차림을 하고 있으면 오헨로상이라는 것을 바로 알 수 있기 때문에, 마을 사람들이 격려의 말을 건네 주거나 길을 가르쳐 주는 등 여러 가지 도움을 받는 경우가 많다. 이러한 준비는 1번 사찰이나 사찰 근처의 가게에서 구입 가능하다.

곤고즈에
약 1400km에 달하는 시코쿠 오헨로는 혹독한 여행이다. 인생과도 닮아 있어, 분명 도중에 포기하고 싶을 때도 있을 것이다. 그때에 지팡이는 도행을 도와주는데, 바로 ‘동행이인’의 곤고즈에다.

스게가사, 하쿠에, 와게사
스게가사는 햇빛과 비를 막아 준다. 하쿠에와 와게사는 참배의 정장. 이 3종 세트가 오헨로상의 상징.

즈다부쿠로와 납경장
오헨로상을 위해 삼베로 만든 숄더백. 참배한 각 사원에서 도장을 받아 기록하는 납경장이나 필수품 및 귀중품 등을 넣는다.

기타 오헨로 용품
오미에이레, 오사메후다, 경전, 염주, 선향, 양초, 라이터 등은 정식 사찰에서 참배할 때 필요하다.

사찰에서의 참배 순서

훌륭한 필법으로 새겨진 방문 기념의 도장을 받는다. 1번 사찰 료젠지

참배의 순서
1 산문에서 가볍게 일배
2 수돗가에서 손과 입을 헹군다.
3 본당에서 헌등, 헌향, 오사메후다, 예배, 독경
4 대사당에서 본당과 같은 방법으로 헌등, 헌향, 오사메후다, 예배, 독경
5 납경소에서 납경장에 도장을 받는다.

대사당에 예배 87번 사찰 나가오지

이상이 사찰(불교 사원)에서의 순서이다. 방문한 사원에 모셔진 부처님과 홍법대사 구카이에게 겸허하게 기원하는 마음을 갖는 것이 중요하다. 또한 지참한 납경장에는 도장도 받자. 훌륭한 필법으로 방문 기념을 기록해 줄 것이다.(유료 300엔)

87번 사찰 나가오지
주소:가가와현 사누키시 나가오니시 653
전화번호:0879-52-2041
교통편:고토덴 나가오선 ‘나가오역’에서 도보 3분

시코쿠 오헨로의 마음 ‘살아가는 결의를 만드는 길’

시코쿠 오헨로를 달성한 사람들의 기원 88번 사찰 오쿠보지

홍법대사 구카이는 ‘마음이 깨끗해지고 맑아져, 마치 고요한 수면처럼 이 세상을 비추고 있다. 나는 타인과 아무런 차이도 없는, 어떠한 것에도 방해 받지 않는 자유로운 마음이 된다. 마치 넓은 바다와 같이, 마음이 모든 것을 비추고 있다’고 기록했다. 산과 바다가 있는 자연 속을 걸어, 홍법대사 연고의 성지를 돌아다니고 있으면, 기분이 맑아지고 마음이 자연에 씻겨 나간다. 확실히 시코쿠 오헨로는 마음의 여행인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