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의 섬세한 장인정신을 느낄 수 있는 ‘칠기’. 와지마에서 기술을 수련 중인 대만인이 그 매력에 대해 이야기한다

도쿄, 교토에서 전철로 2∼3시간 거리의 옛 도시, 가나자와에서 버스로 다시 2시간. 노토반도 끝쪽에 위치하는 이시카와현 와지마시는 맛있는 어패류가 많이 잡히는 일본해에 면한 자연이 풍부한 시골도시입니다. 칠기의 일종인 ‘와지마누리’라고 하는 전통공예품이 적어도 500여 년 전부터 만들어졌으며, 높은 기술력이 지금도 계승되고 있습니다.

대만인 Li Bo Yi(李柏毅) 씨는 도쿄미술대학 재학 시절 일본 칠기에 매료되어 그 기술을 배우기 위해서 아득히 먼 와지마시까지 왔습니다.

식재료의 아름다움을 돋보이게 하는 그릇이나 나무의 따스함이 피부로 느껴지는 액세서리 등의 소중한 것을 평생 동안 사용할 수 있는 칠기. 장인의 기술과 노력이 응축되어 있기 때문에 ‘속에 숨어있는 빛이 있다’고 Li 씨는 말합니다.

겉으로만 봐서는 알 수 없는 칠기의 심오함, 그리고 와지마누리를 육성한 자연이 풍부한 도시의 매력에 대해서 함께 이야기해 보았습니다.

시간과 정성을 들인 작업이 그윽한 아름다움을 만들어 내는 ‘칠기’

– 일본의 ‘칠기’란 어떤 것인지 다시 말씀해 주시겠습니까?

Li: 나무에 수지를 가공한 ‘옻’을 여러 겹 칠해서 만드는 공예품입니다. 예부터 결혼이나 출산 등 경사스러운 일이 있을 때 선물하기도 하고, 일상에서는 식기로 사용되는 등 일본인의 생활 속에서 널리 사용되어 왔습니다.

설날 등 경사스러운 자리에서는 칠기 찬합이나 술잔 등이 많이 사용된다(사진제공: 이시카와현 관광연맹)

– Li 씨는 칠기의 어떤 점에 매력을 느끼셨습니까?

Li: 일본 옻칠의 매력은 ‘내렴(內斂)’이라는 말이 딱 어울리는 것 같습니다. 눈에 띄게 뚜렷이 드러나는 화려한 아름다움이 아니라, 내면에 빛을 숨기고 있는 것입니다.

대만에서도 옻을 도료로 이용하는 경우가 있습니다. 하지만 수 천년 이상의 시간 동안 세련미가 더해지고, 풍부한 표정을 가진 질감을 만들어 온 일본의 칠기에는 특별함이 있습니다.

Li Bo Yi

작업 중에는 작업실에 다른 사람이 들어가는 것을 금지할 정도로 섬세한 작업

– 일본에 칠기 산지가 여러 곳 있습니다만, 와지마누리는 어떤 특징이 있습니까?

Li: 와지마누리의 특징은 분업제인 점입니다. 토대가 되는 나무로 형태을 만드는 공정, 옻을 칠하는 공정, 그림을 그리고 무늬를 넣는 공정. 이 모든 공정에 전문 장인이 있고, 각각의 기술을 연마하고 있습니다.

제가 배우고 있는 ‘이시카와현립 와지마 칠기예 기술연수소’는 중요무형문화재 보유자(인간문화재)의 칠기공예 기술을 전승하기 위한 시설입니다. 저는 올해 봄에 2년간의 기초연수를 마치고, 지금은 ‘마키에(蒔絵)’를 전문으로 배우고 있습니다.

Li 씨가 연수소에서 제작한 과제 작품

– ‘마키에’란 어떤 공정입니까?

Li: ‘마키에’는 금가루·은가루 등으로 칠기 표면에 무늬를 넣는 기법입니다. 옻으로 그린 무늬 위에 금가루나 은가루를 뿌려서 굳히는 것을 ‘마키에’라고 합니다.

금가루나 은가루를 뿌리기 전에 가는 붓으로 정밀하게 무늬를 그린다
엄지손가락 위 접시에 옻을 올리고, 손가락의 체온으로 따뜻하게 데워준다

Li: 무늬를 넣기 위한 기법은 다른 것도 있습니다만, 저는 조가비를 붙이는 ‘나전’이라는 기법을 좋아합니다. 바다나 하늘을 연상시키는 자연 유래의 반짝임이 아름답습니다.

나전 기법으로 Li 씨가 제작한 반지(사진제공: Li Bo Yi)

– 칠기를 만드는데 있어서 힘든 점은?

Li: 칠기예 장인에게 필요한 것은 끈기입니다. 매일 옻을 칠하고 닦고 말리고…… 정해진 작업을 반복해야 하기 때문에 솔직히 단조롭고 지루하다는 생각이 들 때도 있습니다. 하지만 감동을 주는 아름다운 작품은 그런 매일의 반복이 있기에 만들어는 것입니다.

제작 중인 접시. 밀려나온 부분을 깎아내고, 무늬의 형태를 세세한 부분까지 아름답게 다듬는다

Li: 옻의 질은 습도나 온도의 영향을 받기 때문에 매일 달라집니다. 그 날의 상태를 잘 확인하여 작업을 컨트롤하지 않으면 표면의 옻이 수축되거나 주름이 생겨 수고스러운 반복 작업이 헛수고가 되어 버립니다.

특히 더 주의해야 할 것은 마지막 덧칠 작업입니다. 마무리 작업에 영향을 주므로 아무리 작은 띠끌이라도 부착되어서는 안됩니다. 작업 중에는 작업실에 다른 사람이 들어가는 것을 금지하는 경우도 있을 정도로 섬세한 작업입니다.

– 칠기 만들기를 배우는 즐거움은 어디에 있습니까?

Li: 알면 알수록 더 알고 싶어지는 심오함이라고 할까요. 예를 들어 마키에 기법만 해도, 연수소에서 3년간 배워서 알게 되는 것은 겨우 20%에 지나지 않는다고 선생님께서 말씀하셨습니다.

– 책상 위에 많은 작업 도구들이 올려져 있네요.

Li: 해녀의 머리카락으로 만든 붓 등 조금은 특별한 소재의 도구도 있습니다. 이러한 도구는 아주 비싸고, 지금은 도구를 만드는 장인의 수도 줄었습니다. 도구를 소중하게 사용하기 위해서 매일 관리를 해 주는 것도 칠기 장인의 일입니다.

– 일상생활에서 칠기를 사용하는 매력은 어디에 있습니까?

Li: 칠기는 아름다움뿐만 아니라 기능성도 겸비하고 있습니다. 자연에서 유래된 도료임에도 불구하고 견고하며, 내열성 및 항균작용도 뛰어납니다.

게다가 매일매일 사용해 갈수록 깊은 멋이 더해집니다. 금이 가거나 깨지거나 해도 경우에 따라서는 장인의 손으로 수선할 수 있기 때문에, ‘평생 도구’로서 오랫동안 사용할 수 있습니다.

– 사용법이나 손질이 어렵지는 않습니까?

Li: 기본적으로는 그다지 신경을 쓸 필요는 없습니다. 단, 옻은 자외선에 약하므로 직사광선이 닿지않는 곳에 보관해야 합니다. 전자레인지나 식기세척기는 사용할 수 없지만, 냉장고에는 넣어도 괜찮습니다.

옻칠의 멋스러움이 요리나 술의 아름다움을 한층 더 돋보이게 한다(사진제공: PIXTA)

와지마에서는 일본해에서 나는 풍부한 해산물도 맛볼 수 있다

– 와지마누리에 흥미가 있는 사람이 가 봐야 할 장소는?

Li: 우선은 ‘와지마누리 회관’을 추천합니다. 특히 나무로 형태 만들기부터 완성까지 전체 124개 공정을 133개의 그릇 견본으로 재현한 전시는 정말 압권입니다. ‘이시카와현 와지마 칠기공예 미술관’이라고 하는 세계에서 유일한 칠기공예 전문 미술관도 빼놓을 수 없습니다.

또, 시내에는 많은 와지마누리 숍이 있어서 선물 구입도 어렵지 않을 것입니다.

와지마누리 회관 1층에는 전시판매장이 마련되어 있어, 선물도 구입할 수 있다(사진제공: 와지마시 관광과)

– 와지마누리 외에 와지마에는 어떤 볼거리가 있습니까?

Li: 와지마의 매력이라고 하면, 역시 단연코 일본해일 것입니다. 저는 매일 아침 가모가우라 해안 주변을 조깅합니다. 산길에서 갑자기 비치로 나오는 독특한 지형으로, 아름다운 바다가 펼쳐져 있습니다. 계절에 따라 완전히 다른 표정을 보여 주는데, 제가 좋아하는 것은 겨울의 거친 바다입니다.

가모가우라 해안 옆에 펼쳐져 있는 소데가하마 해수욕장. 취재 시점은 8월로, Li 씨가 말하길 ‘여름 바다는 태양이 반사되어 반짝반짝 빛나고 있다’

Li: 와지마에서 맛있는 것 하면 누가 뭐라 해도 일본해에서 잡히는 해산물이지요. 일본요리는 미슐랭 가이드 Bib Gourmand에도 게재된 레스토랑 ‘쓰시마(津志万)’를 추천합니다. 현지산 어패류는 물론이고, 주인이 직접 산에서 수확한 야채도 맛볼 수 있습니다. 특히 런치는 실속적인 가격에 푸짐한 양이 매력입니다. 이탈리아 요리 ‘아유토’도 현지의 식재료를 맛볼 수 있어 제가 좋아하는 곳입니다.

– 풍부한 자연의 은혜를 느낄 수 있는 곳이네요.

Li: 바다와 하늘을 좋아하는 사람에게는 최고의 장소입니다. 무엇보다 와지마의 자연이 와지마누리라고 하는 자연과 밀착된 공예를 육성했다고 생각합니다. 바닷바람을 느껴보고, 맑은 공기 속에 반짝이는 별하늘을 바라보면서 이 도시의 역사를 느껴 보세요.


Information

Ishikawa | Japan Travel | JNTO

https://www.japan.travel/en/destinations/hokuriku-shinetsu/ishikawa/


와지마시 관광협회

주소: 이시카와현 와지마시 가와이마치 20-1-131

오시는 길: 노토사토야마 공항에서 택시로 약 20분 또는 JR 가나자와역에서 특급버스로 약 2시간인 ‘와지마역앞’ 정류장에서 도보 0분. 와지마시내는 ‘와지마역앞’을 기점으로 커뮤니티 버스가 운행되고 있으며, 그 외 관광협회에서 자전거 대여도 할 수 있다.

https://wajimanavi.jp/


와지마누리 회관

주소: 이시카와현 와지마시 가와이마치 24-55

https://wajimanuri.or.jp/fkaikan.htm


이시카와현 와지마 칠기공예 미술관

주소: 이시카와현 와지마시 미토모리마치 시주카리 11번지

https://www.city.wajima.ishikawa.jp/art/home_english.html


쓰시마(津志万)

주소: 이시카와현 와지마시 호리마치 4-66-1


아유토

주소: 이시카와현 와지마시 가와이마치 3-158-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