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인의 교육과 예절의 원점을 방문하다

놀랄 만큼 청결한 마을과 높은 문맹 퇴치율

”에도(현재의 도쿄)의 마을은 어쩜 이렇게 청결한걸까?’ 19세기 중반에서 후반에 일본을 방문한 외국인 외교관 및 선교사들은 모두 이렇게 놀라움을 표했다고 합니다. 당시 에도의 인구는 100만 명이 넘는 대도시. 서민들의 높은 문맹 퇴치율과 예의 바름에 매우 놀랐다는 기록이 남아 있습니다.

데라코야

그 배경에는, 예부터 일본인이 교육을 중요시하고 예절을 소중히 여겨 온 역사가 있습니다. 특히 에도시대(1603~1868년)에는 일본 각지에 다양한 형태의 학습소가 개설되었습니다.

신분에 상관없이 아이들에게 읽기, 쓰기, 산술, 예절 등을 가르치는 사설 교육 기관인 ‘데라코야’가 지방 도시를 포함한 일본 전국에 보급하였습니다. 학문에 뜻을 둔 사람들이 배울 수 있는 사숙도 생겨나, 에도에는 총 3000개소 이상의 학습소가 있었다고 합니다. 높은 문맹 퇴치율로 인해 당시 신문에 해당하는 ‘가와라반’이나 많은 읽을거리도 발행되었습니다.

'데라코야'(이미지)
아이들의 배움터 ‘데라코야'(이미지)

해외에서 높이 평가받고 있는 일본의 환대 정신이나 예의 바름은 학습소에서의 교육 및 가정에서의 가르침을 통해 현재에까지 계승되어 오고 있습니다. 이번 호에서는 2015년에 지역의 역사적인 매력과 특색을 통해 일본의 문화와 전통을 발신하는, ‘일본 유산’의 ‘근세 일본의 교육 유산군’으로 인정되어 일반에 공개하고 있는 국내 4개 도시의 4개 학습소를 소개합니다. 일본인의 교육과 예절의 원점을 상징하는 이러한 학습소 안에는 국보급 문화재도 있어 함께 견학할 수 있습니다. 근처의 관광 명소와 함께 둘러보면 더욱 즐거운 여행이 될 것입니다.

'고사쓰'.
법령 등을 민중에게 알린 게시판인 ‘고사쓰’. 문자로 적혀 있다
지도

무사의 자제가 배웠던 일본 최대 규모의 종합 대학 ‘고도칸’

'가이라쿠엔'

에도시대의 많은 번에서는 무사의 자제를 교육하기 위한 목적의 직할 학교 ‘번교’가 만들어졌습니다. 1841년, 가이라쿠엔의 매화로 유명한 이바라키현 미토시에 창립된 ‘고도칸’은 그 대표적인 번교로서, 유학, 역사, 수학, 음악 등의 폭넓은 교육에 더해 무예 연마에도 힘쓰는, 이른바 종합 대학이었습니다. 에도시대의 마지막 장군인 도쿠가와 요시노부도 5세부터 11세까지 이곳에서 수련했습니다.

정문
중요 문화재의 정문. 번주가 방문하는 등의 공식 행사시에만 이 문을 열었다
'세이초'
번주 앞에서 문무 시험을 거행할 때 사용되었던 정청 ‘세이초’
번주의 휴식처로 번주 자제들의 공부방이기도 했던 ‘시젠도’

매화꽃 향기가 나는 ‘학생들의 휴양소’

가이라쿠엔

매화의 명소로서 유명한 ‘가이라쿠엔’은 고도칸 학생들의 휴양소였습니다. 매화가 제철을 맞이하는 2~3월에 방문할 것을 추천합니다. 가이라쿠엔은 고도칸에서 택시로 약 10분, 좀 더 멀리 둘러보기에도 좋습니다.

선교사가 세계에 소개한 일본에서 가장 오래된 학교 ‘아시카가 학교’

등나무
아시카가 학교(왼쪽),반나지(오른쪽)
'아시카가 학교'

수령 150년의 멋진 오후지 등나무로 유명한 도치기현 아시카가시. JR 아시카가역에서 도보 10분 거리에 위치한 ‘아시카가 학교’는 현존하는 일본에서 가장 오래된 학교로 창건은 8세기 또는 10세기라고 전해지고 있습니다. 아시카가 학교는 전란의 시대에도 계속 운영되었고, 한때 학생수가 3000명이나 될 정도로 번영했습니다. 16세기 일본에 처음으로 기독교를 전파한 선교사 프란시스코 사비에르는 ‘일본 최대의 가장 유명한 대학’으로 세계에 소개했습니다. 국보인 귀중한 한서(한문으로 쓰여진 고서)를 다수 소장하고 있는 것으로도 유명합니다.

17~18세기 이후로도 전국에서 학습자와 견학자들을 모집하여, 유학을 중심으로 자신이 배우고 싶은 학문을 배우는 자유로운 스타일의 학교였습니다. 현재도 아시카가 시민의 생애 교육의 장소로서 사용되고 있습니다.

학교 문,'호조'
학교 문(왼쪽)과 학생들의 배움터였던 ‘호조'(오른쪽). ‘호조’는 선종 사원의 형식으로 건축되었다.

학생들도 감상했던 거대한 은행나무의 노란 은행잎

‘아시카가 학교’에서 도보 약 3분 거리에 위치한 반나지는 14세기에 무로마치 막부를 일으킨 아시카가가의 저택터입니다. 경내에는 국보의 본당, 중요 문화재인 종루와 경당 등 역사적 건축물이 점재해 있습니다. 수령 약 600년의 거대한 은행나무도 있어, 가을에는 노랗게 물든 은행잎을 감상할 수 있습니다.

반나지

서민을 위한, 세계에서 가장 오래된 공립 학교 ‘시즈타니 학교’

'시즈타니 학교'

800년 이상의 역사를 지닌 비젠야키 도자기의 고향인 오카야마현 비젠시에는 ‘번이 망해도 살아갈 수 있도록 농업과 임업을 운영하자’는 독특한 방침으로 운영되었던 학교가 있습니다. 1670년, 비젠의 번주였던 이케다 미쓰마사가 서민들의 교육을 위해 설립을 명한, 세계에서 가장 오래된 공립 학교 ‘시즈타니 학교’입니다.

적갈색의 지붕 기와와 흰 벽의 대비가 아름다운 ‘강당’은 학교 건축물로서는 일본에서 유일한 국보입니다. 그 밖에도 세이뵤(공자묘: 유교의 창시자인 공자를 모신 사당)와 인시쓰(학생 휴게소) 등, 모든 건물이 중요 문화재입니다(공개 시간: 9시~17시. 입장료 400엔).

강당

반들반들 윤이 나는 마루가 인상적인 강당은 안으로 들어가면 바람이 불어와 여름에도 시원합니다. 지금도 현지 청소년들의 학습 장소로 활용되고 있습니다.

선생님과 학생들도 즐겼던 전통 공예

‘시즈타니 학교’의 지붕 기와는 현지산의 비젠야키로 구워낸 것입니다. 비젠야키는 유약을 사용하지 않은 적갈색의 독특한 질감이 특징으로, 사진의 ‘구이노미’ 등은 선물용으로도 제격입니다. 매년 10월 셋째 주 일요일과 그 전날 토요일에는 ‘비젠야키 마쓰리’가 개최됩니다.

비젠야키

입학 자격이 필요 없는, 80년간 5000명의 학생이 학문을 닦은 사숙 ‘간기엔’

마메다마치
'간기엔'

일본에는 교육에 열정을 가진 개인이 만든 사숙들이 있습니다. 규슈의 중앙부로 아소산계 등의 산맥에 둘러싸인 오이타현 히타시에 있는 ‘간기엔’은 19세기 초의 유학자인 히로세 단소가 창설한 사숙입니다.

‘간기엔’은 연령이나 신분, 학력을 불문하고 배우고 싶은 사람은 누구나 입학할 수 있었습니다. 시험 성적으로 평가를 받고, 사숙과 기숙사 운영을 학생의 자주성에 맡기는 등, 실력주의와 개성을 존중하고 사회성을 몸에 익히는 교육 방식은 곧 유명해져, 일본 전국에서 80년간 약 5000명의 학생이 이곳에서 학문을 닦았다고 합니다.

조후쿠지의
히로세 단소가 최초로 사숙을 연 조후쿠지의 본당

단소의 주택 ‘슈후안’, 서재 ‘엔시로’, 서장고를 볼 수 있습니다.

에도시대의 히타는 에도 막부의 직할지로, 규슈에서는 막부 지배의 중심지였습니다. 가도가 정비되었고 하천을 통한 수운도 활발히 행해졌습니다. ‘간기엔’에 가까운 마메다마치는 당시의 모습 그대로를 간직하고 있습니다.

축제와 전통 행사를 현재에 전하는 마메다마치

'오히나 마쓰리'

‘간기엔’에서 도보 5~6분의 거리에 위치한 마메다마치에서는 에도시대의 상점이나 흰벽 토장이 남아 있는 거리를 산책할 수 있습니다. 봄에는 상점에 예부터 전해 내려오는 히나 인형을 장식하는 ‘오히나 마쓰리’, 여름에는 학원생들도 즐겼던 ‘기온 마쓰리’, 가을에는 대나무 등불이 거리를 비추는 ‘센넨아카리’ 등, 간기엔 학원생들이 살았던 당시 마을의 활기를 지금도 느낄 수 있습니다.

일본의 교육 유산으로 선정된 4개의 학습소는 모든 곳이 당시의 모습을 그대로 전하고 있습니다. 학생들이 수련하는 모습을 상상하며 독특한 관광을 즐겨 보는 것은 어떠신가요?

일본유산 매력발신 추진사업